심리학 이론 '조건화 이론' 예시를 통한 설명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험이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침을 흘리던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조건화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알지만 조건화 이론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알았지만 조건화 이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적인 내용을 공부한 적이 없기도 했고, 과학시간에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대해 배웠지만 이 실험에 다르게 접근했기 때문에 조건화 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단순히 조건반사와 무조건반사를 배울 때 무조건반사의 한 가지 사례로 파블로프의 개를 암기했을 뿐이다. 때문에 설득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으면서 조건화 이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미디어의 효과 이론을 처음 접했던 1학년 1학기의 언론학개론 수업처럼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파블로프의 개라는 예를 듣자마자 바로 ‘아, 저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화 이론을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조건화되지 않은 자극에 의해 조건화되지 않은 반응이 나타나는 상황이 있다. 이 상황에서 조건화되지 않은 자극을 줄 때마다 어떠한 조건화된 자극을 함께 준다. 그렇게 하면 조건화되지 않은 자극과 조건화된 자극이 연관성을 맺고 결합되게 된다. 이런 결합이 이루어지게 되면 조건화된 자극을 받았어도 조건화되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조건화된 자극을 받을 때에도 조건화되지 않은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때의 반응을 조건화된 반응이라고 일컫는다. 비슷한 용어들이 복잡하게 반복되는 설명이다. 물론 도식을 그려서 설명한다면 복잡하지 않게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설명 방식을 차치하고서라도 여기서 사용되는 언어 때문에 내용이 헷갈리기 쉽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내가 조건화 이론에 대한 틀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었다. 만약 교수님께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언급하지 않고 조건화 이론을 설명하셨다면 나는 조건화 이론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무작정 외우는 것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이해하지 말라는 듯 ‘UCS’, ‘UCR’ 등의 생소한 단어로 무장한 조건화 이론은 나에게 어려웠다. 그러나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대입시켜 설명하니 조건화 이론에 대한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조건화 이론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조건화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경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작용 반작용이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것처럼 조건화 이론도 나의 생활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상 속에 특정 연예인의 닮은꼴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등장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좋아하게 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연예인들은 처음 데뷔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할 때 ‘누구누구 닮은꼴’이라는 별칭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수 티아라의 멤버인 지연은 김태희 닮은꼴, 케이블 예능방송 ‘롤러코스터’ 배우로 활동했던 정가은은 송혜교 닮은꼴, 사마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개그맨 정범균은 유재석 닮은꼴, 가수 엠블랙의 멤버인 이준은 가수 비 닮은꼴이라는 점을 내세워 존재를 알리려 노력했다. 연예계에는 무수히 많은 신인들이 등장하고, 무수히 많은 신인들이 묻힌다.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키워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초반에 인기를 얻지 못한 연예인이 다시 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초반에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이용하는 것이 연예인 닮은꼴로 혜성처럼 등장하는 것이다. 연예인 닮은꼴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어디가 닮았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욕보이지 말라’는 등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닮은 연예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내 경우에도 개그맨 정범균이 메뚜기 유재석을 닮은 사마귀라고 말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니 정범균을 보면 유재석을 봤을 때 보이는 반응을 보이게 됐다. 또한, 믹키유천을 좋아했던 어린시절에는 믹키유천과 닮은 배우인 이중성을 좋아하게 된 적도 있었다. 정범균과 이중성에 대해서는 따로 정보를 찾아본 적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긍정적으로 느껴졌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감정은 그들이 유재석과 믹키유천을 닮았기 때문에 나타난 조건화된 반응이었던 것이다.
연예인 닮은꼴이라는 현상을 예로 들어 조건화 이론에 대해 설명해본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재석과 정범균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대중들은 유재석를 보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유재석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국민MC’이고 평소에 행실도 바르다고 입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반면, 정범균은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그맨이다. 정범균은 치열한 개그의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정범균은 그의 외모가 국민MC 유재석을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고자 한다. 정범균은 대중들이 유재석을 보면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을 자신에게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유재석과 닮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어필한다. 개그콘서트에서 자신이 나오는 코너에 등장할 때마다 ‘메뚜기 친구 사마귀’라고 말하면서 유재석의 마스코트인 안경을 벗은 채 진한 쌍커풀을 보여주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따라한다. 사람들은 이런 정범균을 보면서 그가 유재석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머릿속에서 유재석과 정범균을 결합시키게 된다. 이 과정이 계속 되면 대중들은 정범균을 볼 때마다 유재석을 볼 때 보였던 반응인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정범균=유재석’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정범균을 볼 때마다 유재석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유재석에게 보였던 반응을 정범균에게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본래에 대중들이 받았던 자극인 유재석은 조건화되지 않은 자극, 유재석을 볼 때 사람들이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은 조건화되지 않은 반응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재석과 결합된 정범균이라는 자극은 조건화된 자극, 정범균을 볼 때 마치 유재석인 것처럼 느껴 나타나게 되는 긍정적인 감정은 조건화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예인들과 관계자들이 대중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건화 이론을 활용해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되도록 보이지 않는 설득을 하고 있다. 이렇게 조건화 이론을 사용한 설득전략은 연예인들의 등장 상황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연세대 등의 네임밸류를 이용해 개인병원이나 학원 영업에 이용하는 경우도 조건화 이론을 활용한 설득이라고 볼 수 있다. 알려지지 않은 의사, 강사의 이름을 내거는 것보다 사람들의 선호와 신뢰를 얻게 된다. 명문대학교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인 ‘공부를 잘 하고 성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당 병원 혹은 학원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행복치과’, ‘1등 학원’ 같은 상호보다는 ‘연세치과’, ‘서울치과’라는 상호를 내건 치과를 더 선호한다. 저 대학의 의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 닮은꼴, 치과나 학원의 상호 외에도 조건화 이론을 이용한 설득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 곳곳에 녹아있다. 조건화 이론은 심리학, 설득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에만 박제돼 있는 학술용어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것이다. 조건화 이론의 특정한 매커니즘을 한 현상을 통해 파악하면 일상 속에 숨어있는 조건화 이론의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책 속의 세계가 아닌 내가 걷고, 숨을 쉬는 세계에서 이런 사례를 접하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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