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GSAT를 봤다. 한번 서류합격을 한 뒤로, 줄곧 서류탈락을 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서류가 붙었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삼성 인적성 기회를 얻었다. 기회를 얻기 전에 다른 곳에 취업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찌됐든 취준생에게는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하니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벼락치기를 했다.
시험준비
바이킹 준비랑 알바 때문에 수요일에서야 본격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매일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있으면서 공부했다. 오랫동안 인적성에 손을 대지 않아서 그런지 모의고사를 보니 실력이 아주 형편없었다. 뭐 예전이라고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너무 심각했다. 자신있던 언어도 시간 안에 다 풀지 못했고 심지어 푼 문제도 엄청 많이 틀렸다. 언어를 13개 틀렸을 때는 정말 우울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리, 추리, 시각 다 약해서 그나마 언어에서 점수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언어부터 망조가 들다니.. 모의고사를 총 5회분 풀었는데 계속 좌절만 하면서 풀었다. ㅠㅠ 의외로 수리가 잘 풀렸고, 추리도 괜찮았다. 시각은 뭐..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게 며칠 만에 생길 리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포기했다.
수, 목, 금, 토. 4일 동안 머리는 채우고 마음은 비우려고 노력했다. 머리가 얼만큼 채워졌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확실히 비울 수 있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상식도 꾸역꾸역 공부했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슬픈 생각들이 자꾸만 나서 꽤 오래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결국 잠은 왔고, 시험날은 밝았다.
시험장으로
삼성전자 영마를 지원한 나는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봤다. 대치동이라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단대부고는 일반고 중에 서울대 진학자 수 1위를 하는 학교라는 걸 새로 알게 됐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좋다는 SKY를 가면 끝날 것 같지만 결국은 또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이미 알게 됐기 때문에 허탈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똑같이 흘러가진 않겠지만...... 아무튼 그냥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8시 30분까지 입실이었다. 칠판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9시에 시험이 시작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8시40분쯤이었나, 소지품을 모두 모아서 앞에다 가져다놓고는 무한대기를 해야 했다. 그 사이에 답안지를 받고, 신상정보를 쓰고, 수험표 확인을 하고, 수험표를 제출하고, 답안지에 감독관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또 멍때리기. 녹턴이랑 뭐였지 아무튼 클래식 음악이 나와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계속하다가 9시 20분이 다가오자 시험지(=책자)를 나눠줬다. 표지에 수험번호랑 이름을 쓰고, 잠시 기다리면서 주의사항을 들었다. 방송에서 시험에 대한 안내를 해줬다. '시작' 소리에 문제 풀이를 시작한다, 종료 3분 전에 알려준다, '그만'하면 문제 풀이를 멈추면 된다, 모르는 건 찍지 말고 비워두는 게 좋다, 영역마다 과락이 존재하니 모든 영역을 골고루 푸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이미 알고 간 내용이기도 하고 초침이 어디에 갔을 때 안내가 나오는지 신경쓰느라 제대로 듣지는 않았다. 시계를 표준시각에 맞춰서 갔는데, 안내방송은 그것보다 30초 정도 늦게 진행됐다.
언어 (30문제, 25분)
언어에 자신감을 잃어버려서 시작 전부터 긴장됐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어보니 너무 쉬웠다.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5문제 넘게 못 풀었는데, 시간이 남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하루아침에 똑똑해졌나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헷갈리는 문제가 정말 손가락에 (손도 아니고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서 '아 완전 쉽게 나왔구나' 했다. 어처구니 없게 틀린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수리 (20문제, 30분)
원래 수리를 정말 못하는데 공부하면서 수리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긴장을 풀었던 것 같다. 마음의 긴장만 풀었어야 했는데 뇌도 긴장을 풀어버린 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번 문제의 식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 완전 쉬운 문제들인데. 경우의 수, 일차방정식, 연립방정식, 거속시 이런 것들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멘붕이었다.
그래도 모르는 거 빨리 뛰어넘고 뒤에 있는 표 문제부터 풀었으니 망정이지.. 휴.. 근데 자료해석 유형 풀면서도 속상했던 게 선지 OX 파악할 때 역순으로 봤는데 답이 대부분 앞부분에 있어서 괜히 시간낭비 엄청나게 했다.. 그냥 정직하게 1번부터 봤으면 좋았을걸.. 5부터 다 봤는데 결국 1번이 답일 때의 허탈함이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꼭 머리를 쓰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은 듯 흐규흐규
어찌저찌 해서 결국 수리는 7개나 못 풀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한 번호로 찍으려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결국 2개밖에 못 찍었다. 찍지 말라고 했는데 찍기를 시도한 이유는 60점이 과락이라면 너무 위험한 상태일 것 같았고, 정답에 주는 점수보다 오답일 때 깎이는 점수가 더 작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근데 다 마킹했어야 이득인데 2개만 마킹했으니 괜히 내 무덤을 내가 판 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에서 GSAT는 걍 포기하기로.. 희망을 버리기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반에 있는 문제 식을 빨리 못 세운 게 너무 속상하다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ㅠㅠㅠㅠㅠㅠㅠ 수리도 완전 쉬워서 시간 많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진짜 물 건너간 것 같다.. 여러분 삼전 영마 탈락자 1인 여깄습니다 저 대신 붙으세여... 흐규흐규
추리 (30문제, 30분)
공부해보니 추리는 못 풀 문제들이 아니고 마음만 차분히 먹으면 다 풀 수 있는 난이도였다. 그래서 허둥지둥하지 않고 느긋하게 차근차근 풀기로 다짐하고 갔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들은 아니었지만, 3개 정도 풀지 못했다. 다행히 도식추리가 쉽게 나와서 다 풀 수 있었다. 원래는 맨날 빈칸으로 뒀는데... 넘 다행이었다.. 그럼 뭐해 이미 수리에서 망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각 (30문제, 30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리보다 더 무시무시한 시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공부해도 안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게 더 잔인한 영역...★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고 하기싫음병이 도지기 시작.. 그래도 해야지.. 난 취준생이니까.. 수리를 망했지만.. 난 취준생이니까..
풀어보니 문제집에서 본 문제들보다는 쉽게 나왔다. 특히 종이접기 진짜 맨날 멘붕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풀려서 당황했다. 펀칭문제도 그냥저냥 풀었다. 조각찾기랑 ABC 입체도형 합치는 것도 어찌저찌 풀긴 풀었다. 정면/측면/평면도 보고 입체도형 찾는 문제도 풀긴 풀었다.
입체도형 5가지 비교해서 틀린 거 하나 찾는 건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푸는 거냐... 하... 이거 잘 푸시는 분들 넘나 부럽습니다........... 저는 포기했습니다.. 예... 전개도도 머릿속으로 말고 진짜 손으로 그림 그리면서 어찌저찌 풀었지만 마지막 2문제는 포기.............. 그렇게 나의 시각적사고 풀기도 7개의 빈칸을 남기고.. 끝..................................... The end...............................
상식 (50문제, 25분)
상식은 복불복이다. 너무나도 복불복. 내가 아는 문제 나오면 1초만에 풀 수 있고 모르는 거는 죽어도 못 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나와서 많이 풀긴 했지만 그래도 과학 관련된 부분은;; 선지에 있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고르죠.....ㅎ_ㅎ ㅋㅋㅋㅋㅋㅋㅋ 10개 정도 그냥 찍어서 마킹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결론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빈칸 생성기인 내가 모의고사보다 훨씬 적은 빈칸만 남겼기 때문이다. 그치만..... 쉬운 시험이 오히려 더 붙기 힘들다.............. 진정한 고수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규흐규 예전에 한 공기업 필기를 봤을 때 너무 쉬워서 다 맞아야 붙겠네 이러다가 붙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진짜 모든 문제를 다 풀었고,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왔었다........ 근데 오늘은 아냐.... 그냥 쉬운 것만 알겠고 답은 모르겠는 이상한 상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중이떠중이처럼 푼 나는 희망고문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불합격 통지를 날리고 한전 NCS 준비나 열심히 하기로 했다...... 사무직 100배수에 빛나는 한전ㅎ_ㅎ.. 100배수에서 2.5배수로 추리는 한전..ㅎ_ㅎ 시험시간도 줄어서 뭐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그 한전 ㅎ_ㅎ
이렇게 주말은 갔고~ 새로운 한 주가 왔지만~ 마음은 무거운 채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ㅋㅋㅋ와 ㅎㅎㅎ가 난무하는 글이었지만 마음은 무겁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보다 지금의 나는 무엇이 더 나아졌나 고민이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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